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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막걸리 빚기

설운암 2009. 5. 15. 09:50

 

 

  

 


 

 

 


      막걸리..


      첫살림나서 머문곳이 양조장 집이였였습니다.

      아침이면 일출의 붉은빛이 창가를 두드리고
      낮에는 바닷가 백사장엔 배 두어척옆으로 풀어놓은 말과 아이가 쉬고 있고
      모래끝길의 죽도암으로 그림처럼 아름다이 석양빛의 저녁이 찾아들면
      술도가가 있는 집.. 문기둥 옆의 자귀나무도 이른 달을 기다리고
      뒷마당 우물가에 물긷는 손길에도 빠쁜 하루를 길어 올리고 있었지요..

      그리고 큰 술도가가 묻혀있는 광으로는
      언제나 막걸리가 익어가며 내는 포글 포글한 소리가 들렸고요..

       

      며칠전 그때를 더듬다가 바닷가 해풍에 크고있는 솔잎을 좀 걲고
      막걸리 담아볼 요량으로 시장모퉁이 방앗간에 들러 누룩을 사들고 왔습니다.

      이번엔 여인네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막걸리를 빚어보기로 하고
      먼저.. 자루에 넣은 엿기름을 따스한 물에 주물러서 뽀얗토록 물이 울어나면
      그 속으로 초청을 같이 넣고, 팔팔 끓여 한김 내보내고 항아리에 부어 놓습니다.

      반나절 불려놓은 옥수수를 찜통에 넣고  쪄내어 완전히 식도록 기다렸다가

      누룩과 이스트를 조물조물 잘 섞어 솔가지도 같이 항아리에 넣어 삭힙니다.

      이젠 항아리에 이불로 덮어두지 않아도 되는 날씨이기에 삭을 날만을 기다립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책상밑으로 술익는 시큰한 냄새와 포글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닷세정도 지나면 술을 걸러내는데 금방 걸러낸 원액을 모레미라고도 부르지요
      그 모레미는 처음의 달다한 맛에 반해 무턱대고 마시다가는..낭패지요..ㅎㅎㅎ
      이번에는 좀 연하게 빚었기에 그리 독하지 않을 것 같네요.

       

      쌀로 빚쌀막걸리.. 옥수수로 빚으면 옥수수막걸리 좁쌀로 빚으면 좁껍데기 막걸리..ㅋㅋ
      빚은 뒤 국화를 넣어 숙성 시키면 국화막걸리요..... 그 종류는 수없이 많지요.

       

      막걸리에는 시큰한 맛과 향처럼 서민을 닮은 술이기에
      한사발에 요기도 되고.. 두사발에 흥도 나고.. 기운도 돋고..
      몇사발인줄 모르게 되면 한성깔 하기에 기억을 상실케 하기도 하지요.

       

      막걸리란 것이 그 맛도 좋지만.. 주막에서 막걸리 마시는 풍경과 분위기에 더욱 정이 가지요..
      담아내는 항아리 멋에 작은 박바가지로 맛을 떠 내고.. 사람들은 그 멋을 친근해 하지요
      또, 요즘처럼 모내기철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막걸리 한사발의 탄성은 모든 피로가 가시는 청량제이기도 하고요

       

      옛기억엔  '청주는 선인에 비하고..탁주는 현인에 비하고..
      탁주 석잔이면 대도에 통하고..한말이면 자연에 접한다 하였으니

      하늘의 도를 알려면 소주를 마시고 인간사를 알려면 막걸리를 나누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였지요
      인간사 논하는 자리엔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게  막걸리였기에 그러한가 봅니다.

       

      어려운 시절엔 쌀막걸리 만드는 것조차 쉬쉬하기도 하고 
      밀주라며 사 마시기도 어려운때도 있어서 양조장이 문 닫는 곳도 많았는데
      요즘은 다시 막걸리가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지고

      일본 관광객에게도 붐이 일어 인기있는 술이 돼서 다행이네요

      올해도 단오에 쓸 신주를 빚기 시작하였다네요..이곳 주문진동동주의 맛도 일품입니다만..


      막걸리란 곧 .. 세상사는 사람맛이란 생각에 적어 봅니다..

출처 : 산이좋은칭구들산악회
글쓴이 : 시인의마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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