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아낌없이 주는 '주꾸미 아저씨'
22일 오후 인천 구산동 인천중앙병원 재활전문센터 목조형디자인교실.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친 뒤 10년째 이 병원에서 치료중인 임정곤(45·서울 목동)씨가 휠체어를 탄 채 사포를 쥐고 '쓱쓱' 소리 나게 나무 액자를 다듬고 있었다. 7개째다.
"이 병원에 입원 중인 아이들에게 설 선물로 나눠주려고 해요. 내 아들(12) 또래의 아이들이 명절에 세배도 못하고 입원해 있는 것이 안쓰러워서요."
병원장부터 간호사까지 이 병원 사람들은 모두 임씨를 '아낌없이 주는 주꾸미 아저씨'라고 부른다. '주꾸미'는 자꾸 머리가 빠지자 주변 사람들이 붙인 애칭이다.
임씨는 한때 일 잘한다고 소문난 인테리어 업자였다. 그는 1997년 12월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건물 신축 공사를 하다가 2층에서 떨어졌다. 깨어났을 때는 허리 아래가 아무 감각이 없는 재해장해1급 장애인이 됐다. 결혼한 지 1년 된 아내가 생후 100일 된 아들을 안고 울고 있었다.
임씨는 "살기 싫어서 곡기를 끊었다가 몸무게가 40㎏까지 줄어든 적도 있고, 베개 밑에 수면제 한 움큼을 모았다가 아내에게 들켜 대판 싸운 적도 있다"고 했다. 1년 6개월간의 입원 생활을 마친 뒤에도 거의 매일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생계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매달 나오는 연금으로 해결했다.
임씨의 인생이 달라진 것은 2003년 재활프로그램으로 목공예를 배우면서다. 임씨는 동네에서 버려진 원목을 주워다가 휴지 걸이, 액자, 열쇠고리, 연필꽂이 같은 물건을 만들어서 병원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휠체어를 탄 채 식사하던 노인이 식판을 엎는 것을 보고 휠체어에 꽂을 수 있는 밥상을 만들어줬다. 다른 노인들이 "나도 만들어 달라"고 졸랐다. 임씨는 "5~6년간 250개쯤 만들어서 나눠준 것 같다"고 했다.
임씨는 물리치료 받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병원 작업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임씨는 "사고당하기 전처럼 어엿한 '가장(家長)'이고 싶다"며 "다른 사람들이 퇴근하는 오후 5시30분까지, 나도 병원에서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허리 아래로는 감각이 없는데, 희한하게도 뼈 마디마디는 실톱으로 썰고 조각칼로 깎는 것처럼 아프다"며 "그래도 목공예에 집중하는 시간만큼은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임씨는 또 "사람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 나도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천=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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